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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여의도풍향계] 사상 초유 '회동 불발'…신-구 권력간 갈등의 역사

2022-03-20 9 Dailymotion

[여의도풍향계] 사상 초유 '회동 불발'…신-구 권력간 갈등의 역사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 불발, 초유의 일이 벌어졌죠.<br /><br />대선이 끝나고 늦게 만난 적은 있어도, 만나기로 했다가 취소한 적은 없었는데요.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서는 신-구 권력 간 갈등의 역사를 짚어보겠습니다.<br /><br />이준흠 기자입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불과 0.73%p 차의 '초초초접전' 대선 결과가 말하는 민심, 국민 통합이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이게 조금 흔들리는 분위기입니다.<br /><br />대통령과 당선인, 좀 늦게 만난 적은 있어도 만나기로 약속했다가 무산된 적은 없었는데요.<br /><br />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, 예정 시간을 불과 4시간 앞두고 갑자기 취소됐습니다.<br /><br />핵심 이유는 '대통령 인사권' 문제로 추정됩니다.<br /><br />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, 선관위 상임위원, 감사원 감사위원 등 굵직굵직한 인사를 문 대통령이 퇴임 전 할 수 있는데요.<br /><br />인사권은 대통령 권한이다, 정부가 바뀌는데 당선인과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, 이런 기싸움이 서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입니다.<br /><br /> "서로의 참모들 이런 분들이 서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 자리를 편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…"<br /><br /> "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낡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인물을 임명하겠다는 발상은 국민 뜻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오만한 행동입니다."<br /><br />신-구 권력인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, 참 묘한 관계입니다.<br /><br />일단 일로만 보면 넘겨줄 건 넘겨 주고, 도울 건 돕는 사이인 만큼 만나서 할 말이 참 많을 텐데요.<br /><br />그래서 선거가 끝나고 열흘 안에 만나는 게 관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.<br /><br />민주화 이후, 회동이 가장 늦었던 건,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, 18일만에 만났습니다.<br /><br />이때도 분위기는 좋았습니다.<br /><br />이후 김영삼-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회동이 대선 이후 2일, 김대중-노무현 전 대통령은 4일, 노무현-이명박, 이명박-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9일이 걸렸습니다.<br /><br />현직 대통령 입장에서는 남은 임기를 매끄럽게 매듭짓고, 당선인 입장에서는 혼란없이 새 정부를 출범시키기 위해서 상호 협력이 꼭 필요하겠죠.<br /><br />좋든 싫든 만나긴 만나야 하는 사이입니다.<br /><br />이번처럼 '정권 교체'가 이뤄졌음에도, 정권 이양-인수는 '이런 것이다' 보여준 모범 사례도 있습니다.<br /><br />김영삼,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고 이틀 만에 만나 6개 합의사항까지 발표했는데요.<br /><br />국제통화기금, IMF 합의사항 이행 등 경제난 극복에 뜻을 모으기로 한 것입니다.<br /><br />특히 마지막 6번 조항이 눈길을 끌었는데요.<br /><br />전두환-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·복권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.<br /><br />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, 대통령이 당선인한테 동의를 구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.<br /><br /> "문민정부 출범 후 비리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인사 중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컸던 23명에 대해서도 새출발의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."<br /><br />심지어 두 사람은 화요일마다 만나 대통령 취임 전까지 모두 8번을 만났습니다.<br /><br />한국 정치사의 거목, '양김'답게 모범적인 협치 모델을 역사에 남긴 것입니다.<br /><br />이런 좋은 사례만 있으면 싶은데, 이번 회동 불발을 보면서 노무현-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를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.<br /><br />당시에도 정부 조직개편 등을 두고 정면충돌이 벌어졌는데요.<br /><br />두 사람의 만남도 시작은 화기애애했습니다.<br /><br /> "의전은 아직까지 제가 가운데로 그렇게 돼 있는 모양입니다."<br /><br /> "끝나셔도 선임자시니까. 임기가 다 하셔도 선임자시니까."<br /><br />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통일부, 여성가족부, 해양수산부 등을 폐지·축소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으며 충돌했는데요.<br /><br />3개월간 대치 국면이 이어진 끝에 여야는 해양수산부는 폐지하고, 통일부와 여성가족부를 존치하는데 겨우 합의했지만, 결국 MB정부는 내각 구성도 제대로 못 한 채 임기를 시작했습니다.<br /><br />여소야대 구도에서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줄줄이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면서, 대통령 주재 첫 국무회의에,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참여정부 국무위원을 빌려오는 촌극까지 빚었습니다.<br /><br />MB정부에는 협치 실패, 야당에는 발목잡기라는 꼬리표가 뒤따른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.<br /><br />문 대통령, 윤 당선인 간에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있죠.<br /><br />거기에 대통령 집무실, 인사권, 탈원전 등 곳곳에 뇌관이 존재합니다.<br /><br />봄꽃이 지기 전에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주겠다는 윤석열 당선인 측, 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냐는 문재인 대통령 측.<br /><br />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도 "용산은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", 그렇게 따지면 "청와대는 조선 총독 관저가 있던 곳이다" 거칠게 맞붙었죠.<br /><br />대통령 '마지막 인사권'도 시한폭탄입니다.<br /><br />특히,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기가 31일이면 끝납니다.<br /><br />그런데 한은 총재 임기는 4년, 지금 새로 임명하면 차기 정부 임기와 대부분 겹칩니다.<br /><br />일단 양측은 "빠른 시일 내 격의 없이 대화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", "청와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있다"며 수습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.<br /><br />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은 5월 10일, 약 두 달이 남았습니다.<br /><br />회동 불발은 자칫 앞으로 두 달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요.<br /><br />"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데 있다"<br /><br />우리에게는 나쁜 선례, 좋은 선례 모두 있습니다.<br /><br />이번 정부의 끝, 다음 정부의 시작, 좋은 선례로 기록되기를 바랍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. (humi@yna.co.kr)<br /><br />#문재인 #윤석열 #대통령 #당선인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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